추석 선물세트가 보여준 소비의 두 얼굴, 사람들은 덜 쓰는 걸까
추석 선물세트를 고르다 보면 예전보다 가격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됩니다.
9월 9일 전해진 추석 선물세트 판매 현황을 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소비 모습이 상당히 다르게 나타납니다. 백화점에서는 고가 상품의 판매가 강했고, 대형마트에서는 5만원 미만의 실속형 상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모습을 단순히 ‘소비 양극화가 심해졌다’고만 표현하기에는 조금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이 무조건 싼 상품을 찾거나, 반대로 무조건 비싼 상품을 찾는 모습만 나타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5만원 미만 선물이 많이 팔렸다는 것
먼저 대형마트를 보면 실속형 선물세트의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이마트의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에서 5만원 미만 상품의 비중은 77.4%였습니다. 5만~10만원 상품은 14.5%, 10만원 이상 상품은 8.1%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소비자들이 확실히 저렴한 선물을 선호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고물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선물 하나를 고르는 데에도 가격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저 역시 선물 예산을 생각할 때 가격을 예전보다 더 꼼꼼하게 비교하게 됩니다. 같은 가격이라면 무엇이 더 많이 들어 있는지, 품질은 괜찮은지, 받는 사람이 실제로 잘 사용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 기사의 5만원 미만 판매 비중을 보면서 단순히 ‘사람들이 소비를 줄였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선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지출에 대한 판단이 더 신중해진 것으로 보는 편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50만원 이상 선물도 많이 팔렸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그 반대편에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50만~100만원 상품이 전체 예약판매의 30.5%, 100만원 이상 상품이 14.2%를 차지했습니다. 두 구간을 합치면 50만원 이상 상품의 비중이 44.7%입니다.
현대백화점 역시 50만~100만원 상품이 24.6%, 100만원 이상 상품이 13.2%로 나타나 50만원 이상 상품의 비중이 37.8%에 달했습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의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1% 증가했고, 현대백화점도 61% 증가했습니다. 와인이나 한우처럼 가격대가 높은 상품의 판매가 크게 늘어난 사례도 확인됩니다.
한쪽에서는 5만원 미만의 상품을 찾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수십만원, 백만원이 넘는 상품까지 선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이 숫자에서 가장 눈여겨본 부분은 소비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이 정말 ‘싼 것’만 찾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살펴볼 부분이 있습니다.
대형마트에서도 고가 상품의 판매가 늘었습니다. 이마트에서는 20만원 이상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보다 75.5% 증가했습니다. 양주와 굴비, 한우 등 일부 상품의 판매도 증가했습니다.
반대로 백화점이라고 해서 모두 비싼 상품만 팔린 것도 아닙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가격과 품질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10만원 안팎의 상품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결국 올해 추석 선물세트 소비를 단순히 ‘저가 대 고가’로 나누기는 어렵습니다.
가격이 낮더라도 구성이나 품질이 괜찮은 상품을 고르고, 가격이 높더라도 정말 필요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지갑을 여는 모습이 함께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도 선물을 고를 때 비슷합니다. 무조건 저렴한 상품을 찾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좋은 것을 사려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정해둔 예산 안에서 품질과 구성, 용량을 비교하면서 ‘이 정도면 받는 사람도 괜찮아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상품을 찾게 됩니다.
소비가 늘었다는 숫자만 보면 놓치는 것
이번 기사에서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선물세트 판매가 모두 증가했다는 사실만 보면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의 예약판매 매출은 62.1%, 현대백화점은 61%, 이마트는 9.7%, 롯데마트는 30%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숫자만 가지고 경기가 좋아졌다고 판단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매출이 증가했다는 사실과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졌다는 사실은 같은 의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추석이라는 명절 특성상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수요가 있고, 같은 선물이라도 가격대와 품목을 조절하면서 소비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5만원 이하에서 지출을 관리하고, 누군가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수십만원짜리 선물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전체 매출이 늘었다는 숫자 하나만 보고 ‘소비가 회복됐다’고 해석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어디에, 얼마를, 왜 쓰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소비는 ‘안 쓰는 소비’보다 ‘골라 쓰는 소비’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번 추석 선물세트 기사를 보면서 저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지갑을 닫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상황에 맞춰 사용할 돈의 범위를 정하고, 그 안에서 무엇을 살지 더 꼼꼼하게 고르는 모습에 가깝습니다.
5만원 미만 상품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가격 부담을 낮추려는 소비가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50만원 이상 상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대형마트에서도 20만원 이상 상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는 여전히 돈을 쓰는 소비자도 많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저처럼 5만~10만원 정도의 예산을 정해놓고 품질과 구성, 용량을 따져보는 소비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소비를 단순히 ‘불황형 소비’ 또는 ‘회복형 소비’ 가운데 하나로만 설명하기에는 현실이 조금 더 복잡해 보입니다.
도연의 뉴스렌즈에서 이번 기사를 보는 이유
저는 경제기사를 볼 때 매출이 몇 퍼센트 늘었는지부터 보기보다는 그 숫자가 실제 사람들의 생활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추석 선물세트 기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5만원 미만 상품이 많이 팔렸다는 사실만 보면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볼 수 있고, 50만원 이상 상품이 많이 팔렸다는 사실만 보면 고가 소비가 살아났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지금 소비자들의 현실을 조금 더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 상황을 쉽게 낙관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각자에게 중요한 곳에는 돈을 쓰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소비의 기준이 더 세분화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소비가 늘었다는 기사만 보고 경기가 좋아졌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소비가 늘었느냐 줄었느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가격대에서 지출을 결정하고 무엇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추석에는 누군가는 5만원짜리 선물을 고르고, 누군가는 50만원이 넘는 선물을 고를 것입니다. 그 차이만 보고 누가 더 여유롭고 누가 더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각자의 형편과 관계, 선물의 목적에 따라 지갑을 여는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선물을 고를 때 가격을 먼저 확인하지만, 마지막에는 그 가격 안에서 품질과 구성이 괜찮은지를 다시 봅니다. 아마 지금 소비자들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2026년 9월 9일 공개된 연합뉴스 「추석 선물세트 '소비 양극화'…유통가, 가성비·프리미엄 투트랙」과 관련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기사에 소개된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 실적은 각 유통업체가 집계한 기간과 상품 구성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전체 소비경기나 가계의 소비여력을 직접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료: 연합뉴스, 2026년 9월 9일 / 관련 보도자료 및 유통업계 발표 내용.